오랜만에 아무 정보 없이 본 영화였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딱 두가지.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이라는 겁니다. 팀 버튼과 조니 뎁, 오우삼과 주윤발처럼 어느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되어버린 그들...로미오와 줄리엣과 타이타닉 때만 하더라도 그저 잘생긴 배우인줄만 알았던 디카프리오는 점점 자신의 얼굴을 내세우는 연기는 일부러 버리는 것 같고....여러모로 점점 마음에 들어갑니다^^;
반면 스콜세지는 좀 비호감이었던게 좋은 평을 받았던 디파티드가 정작 제 마음에는 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나름 무간도 빠-_-인지라.... 디파티드는 무간도의 명성을 그냥 가져간 헐리우드 영화처럼 보였다고나 할까요? 물론 무간도야 유위강 필모그래피 상의 오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지만 ㅡ.ㅡ;;; (스콜세지라는) 거장이 만들어지지 오래 되지 않은 영화를 거의 그대로 리메이크해서 좋은 평을 받았따는데 반감이 들었었습니다.
아무튼 셔터 아일랜드를 보기로 했고 간만에 CGV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발권기가 신형으로 교체되었네요? 그런데!! 새로 바뀐 발권기...예전처럼 종이 티켓이 안 나오는군요. 영수증 타입이라니....좀 짜증이-_-;;;
그리고 영화의 시작...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 중반, 이 시대 분위기, 그리고 스콜세지의 스타일인지 영화는 전반적으로 투박하고 복고적인 분위기입니다. 편집도 상당히 거친 편이라(결말을 생각하면 의도적인) 처음에는 이거 이렇게 가다간 데이빗 린치 영화처럼 끝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살짝 -_-;;
영화는 도입부 (실제가 아닐 수도 있는) 배 위에서의 장면, 그리고 회상 장면들을 제외하면 모두 셔터 아일랜드에서 일어납니다. 범죄를 저지른 위험한 정신병자들이 모여 있는 곳.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는 DC코믹스의 아캄 수용소가 떠오르더군요. 조커, 투페이스, 리들러 등 배트맨에 등장하는 적들은 물론 DC코믹스에 나오는 적들이 자기 집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는 바로 그 곳 -_-; 최근에는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 게임에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했죠.....
DP 아쉬타카님의 리뷰를 보면 게임 바이오쇼크가 연상된다고 하셨는데 1950~60년대 정도의 매카시즘이 지배하는 시대적 배경, C 병동에서의 긴장감과 건물 구조, 여자 아이의 목소리(리틀 시스터) 등등을 생각하면 저도 그런 면이 느껴지긴 하네요^^ 최근 클리어한 바이오쇼크2는 공산주의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아졌는데 생각해보니 1편 플레이 할 때는 영문판으로 진행하며 빅대디 피해 다니느라 라디오 음성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못 썼던 것 같은 기억도-_-;;;
늘 그렇듯이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했군요...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봅시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연방 수사관 보안관인 테디와 척이 셔터 아일랜드에서 사라진 사람을 찾기 위해 투입되며 시작됩니다. 초반에는 증거를 쫓으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고...순간순간 나타나는 테디의 과거 회상 장면과 함께 의문 투성이인 셔터 아일랜드....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초반부터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영화는 배에서 바로 시작하며 이전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전설적인 테디라고는 하지만 정작 육지에서의 활약에 대해서는 나타나지 않죠. 그리고 이런 일에 투입되는 버디 콤비라면 보통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한 파트너, 혹은 완전히 상충되는 새로 만난 파트너일텐데 척이라는 친구는 처음 만난 사이면서도 고분고분한 캐릭터죠. 뭔가 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영화에 반전이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니 반전이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 감독의 의도가 애초부터 반전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지는 않네요. 마치..스콜세지는 '영화 끝까지 다 봤어? 그럼 처음부터 회상하며 내가 준 힌트들을 다 기억해 볼래?' 라고 하는 듯 합니다. 영화 초반부부터 이런 장면이 굉장히 많았는데 가장 먼저 테디가 이 곳에 처음 오는건 아니겠구나 라고 생각했던건 전기 철조망 장면이었죠. 어떻게 전기 철조망인지 아냐는 질문에 전에 본 적이 있어 라고 대답하는 테디....그리고 차에서 내려 건물까지 걸어가는 동안 뭔가 암시하는 듯한 환자들의 대사들...사라진 환자를 찾기 위해 열심히 수색해야 할 교도관, 잡부들은 '아 XX 내가 저 XX 때문에 이런 쇼를 하고 있어야 해?' 라는 표정을 짓고 있죠. 처음에는 단순한 반발감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대규모의 트루먼 쇼에 투입된 불만감의 표현이겠죠.
화재로 죽은 부인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도 이상한 점이 있었죠. 분명히 부인을 불에 타 죽었다고는 하지만 꿈 속에서는 화재와 함께 별다른 이유 없이 배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부인......모든걸 다 알고 있고 넌 폭력적인 놈이다라는 원장과의 대화, 그리고 차를 불태우는 주인공....뭐..정말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온통 복선, 암시 투성이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언급하기도 힘들 지경이네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실종된 인물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결국 이 모든 것이 정부의 음모인가? 아니면 테디가 정신병자인 것인가? 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영화는 굉장히 명확하게 테디가 정신병자라고 규정지으며 끝난다고 봅니다. 물론 영화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가 있고 간혹 정부의 음모다라는 감상도 보긴 하지만 많은 복선과 - 괴물로 죽겠다 - 라는 마지막 대사 등...감독은 열린 결말이 아닌 한쪽에 도장까지 찍어준 것 같네요^^;
아....67명째 환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도 부자연스럽게 외면하는 테디의 모습도 이런 요소 중 하나였겠죠.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를 생각하면 이런 부자연스러운 흐름이 나중에 거슬릴 수도 있었을텐데 결국 나중에 생각해보니 모든게 감독의 의도였던 것 같네요...테디 잠재의식 속의 방어기제...
영화 초반에 음악을 들으며..
- 브람스인가요?
- 아니 말러~
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인터넷에 돌아 다니는 '당신을 클래식 전문가로 만들어드립니다' 가 생각나서 웃기더군요^^;
---------------- 작곡가는...바로크에서 바흐나 헨델 빼면..비발디 안됩니다. 텔레만 강추. 낭만파 이후에서도 멘델스존 슈만 쇼팽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이런
작곡가 꼽지 마십시오. 사람들이 음악 잘 몰라도, 곧죽어도 라벨, 바르토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러 이 정도 좋습니다. 그 중에서
말러가 가장 좋습니다. 말러는 2번이랑 9번만 알면 됩니다. 걍 댓글마다 말러 덜덜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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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 없는 이야기가 매우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감독의 의도 안에서 재미있게 잘 놀았다 -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원작 소설은 어떤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그런데 방화에 대한 설정은 현실의 기억 중 어느 부분에서 가져온거죠? 뭔가 방화가 언급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영화 상에서 그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 같네요-_-a...부인을 총에 쏘고 불태운줄 알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확실히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척한테 부인을 포함한 4명이 화재로 죽었다는 이야기는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