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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읽고/movie

강추! 힐 하우스의 유령 - 넷플릭스

*힐 하우스의 유령 1화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또 유령 나오는 집이야?
넷플릭스에서 힐 하우스의 유령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했던 생각입니다. 유령 나오는 집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수히 많죠. 아미티빌 호러, 폴터가이스트,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1, 컨저링 유니버스까지... 워낙 많고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많아서 헷갈릴 정도입니다. 영문 제목이 Haunting of Hill house라 그런지 그 중에서도 2000년 쯤에 나왔던 헌티드 힐과 더 헌팅이 생각났습니다. 이젠 마릴린 맨슨의 Sweet Dreams가 어느 영화에 들어갔었는지 헷갈릴 정도인데 헌티드 힐이 좀 더 슬래셔? 영화에 가까웠던 것 같네요. 더 헌팅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줄거리를 다시 찾아봤는데 힐 하우스의 유령을 보고 다시 줄거리를 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보입니다.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같은 힐 하우스의 유령과 더 헌팅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같은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많네요.

딴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힐 하우스의 유령은 매우 매우 진부한 소재를 훌륭하게 구성한 10부작 드라마입니다. 실망스러운 넷플릭스 오리지날 컨텐츠가 늘어나고 있고 진부한 소재라 볼 생각도 없었지만 워낙 평이 좋다보니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ㅎㅎㅎ 힐 하우스의 유령은 수십년 전 유령 나오는 집에서 살았던 5남매 가족이 다시 그 때의 그림자와 마주치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1~5화까지는 5남매 각자의 시점에서 과거-현재 교차 구성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어렸을 때의 일을 소설로 써서 성공한 첫째,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장례 일을 하고 있는 둘째, 심리학 박사이자 레즈비언인 셋째, 그리고 여남 쌍둥이인 넷째와 다섯째. 1화 마지막에선 누군가 자살합니다. 도입부에 과거의 악과 다시 마주치며 자살하는 등장인물, 그리고 어린 시절-성인 시절 교차편집. 스티븐 킹의 IT 소설판이 생각나는 구성입니다. 물론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요.

공포 장르로 분류될거고 긴장감을 일으키는 장면도 간간히 나오지만 본격적인 공포물과는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식스 센스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1 정도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약간은 느슨할 수 있는 공포감을 이 드라마는 가족간의 이야기로 채워줍니다. 유령이 있다고 하는 가족과 그것을 믿지 않는 다른 가족. 그리고 결국 모두 다 인정하게 되는 결말. 이것도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 있는 전개인데 '잘' 전개해 나갑니다. 이 드라마를 보며 느낀건 '소재는 죄가 없다'입니다. 결국 같은 소재를 통해 어떻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나가는가의 문제였어요. 

10화 중 5화는 최고의 TV 에피소드 중 하나로 기록될만 합니다. 5화 마지막 장면은 진짜.....5화에서 이어지는 6화는 롱테이크가 이어집니다. 어느 순간 어?하는 생각이 들어 생각해보니 테이크가 끊어지지 않고 있더군요. 1~5화 내내 마찬가지였지만 6~10화에선 특히 가족관의 관계가 부각되며 유령 출연 빈도도 줄어듭니다. 다소 루즈하다는 분들도 있었지만 전 짜임새 있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저런 상황이라면 정말 저렇게 되지 않을까? 라는 느낌? 초반부에 느끼는 감정인 공포는 중후반부로 갈수록 안타까움으로 변해 갑니다. 후반부를 몰입해서 본 이유 중 하나는 제게도 어린 자녀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싱글일 때랑 제 가족이 있을 때랑 감정이 많이 다릅니다. 안타까움으로 감정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예고없이 튀어나오는 공포씬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포' 드라마니까요.  

유령의 집을 다루면서도 특별히 생각나는 다른 영화는 많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스티븐 킹의 다크 하프, 펫 세메터리, 트윈픽스의 레드 룸, 영화 마마가 생각나긴 했습니다. 자세히 묘사하면 스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패스합니다.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 유명 배우들을 몇 명 씩 섭외하는 경우도 있지만 맏형인 스티븐 크레인이 왕좌의 게임에 다리오 나하리스 역으로 나왔다는걸 제외하면 낯선 배우들이 많네요.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감독의 전작들에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감독 영화들도 괜찮다고 하니 찾아서 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좋은 말만 써 놓는 경우도 많지 않은데 그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