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실상은 그게 아닌가보다. 예상외로 진지하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 동호회에 B형 여자친구랑 싸웠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글이 올라왔었다. 전후사정 설명도 없고 어이없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줄 알았는데 몇몇은 상당히 진지하게 리플을 달았다. 그런데 그 진지한 리플의 수준이 내가 보기엔 상당히 한심했다. B형 여자가 선물을 좋아한다는 등...어찌보면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B형을 A형으로 바꾸고 심지어 여자로 바꿔도 그럭저럭 먹혀드는 말들이였다. 애매모호한 말들...점장이들이 상당히 잘 써먹는 말투들이였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상당히 충격을 먹었었다. 저걸 진지하게 생각하다니....가장 큰 충격을 먹었던건 MBC에서 방영했던 실험쇼 진짜?진짜? 였다. 실험과정의 어이없음은 뒤에 얘기하도록 하고 이 프로가 시사교양으로 분류되다니....정말 방송국마저 갈때까지 간 것 같다. 타블로이드 TV가 된건가...내 주변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난 음모론이나 UFO,외계인 이야기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러나 난 이런 이야기들을 믿거나 말거나 반장난삼아 좋아한거지...다른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은 적은 없다
혈액형 성격 분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딴지일보에도 자세히 나와있다. 한 번 읽어보면 좋을듯 하다
http://www.ddanzi.com/ddanziilbo/79/79sc_5601.asp
일단 혈액형별 성격분류에 대한 역사를 알아보면 처음엔 독일쪽에서 우생학적으로 사람을 차별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한다. 전세계,아시아
혈액형별 분포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RH+ : 84%,RH- : 16%
국가별로는
한국: A형 34%,O형 28%,B형 27%,AB형 11%
일본: A형 38%,O형 29%,B형 22%,AB형 11%
미국: A형 41%,O형 44%,B형 11%,AB형 4%
영국: A형 42%,O형 47%,B형 8%,AB형 3%
프랑스: A형 47%,O형 43%,B형 7%,AB형 3%
독일: A형 43%,O형 43%,B형 10%,AB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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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평가가 안 좋은 B형,AB형은 서양엔 적고 아시아엔 많다. 이런 점을 이용해 아시아인을 열등하다고 차별하기 위해 20세기 초 독일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아리아인은 뛰어나고 집시,황인종,흑인종,유태인등은 덜 떨어진 민족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라도 백인이 가장 뛰어나고 황인은 그 다음,흑인은 가장 떨어지는 인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혈액형별 테스트 다 맞는 말이니 그냥 알아서 창을 닫아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저렇게 생겼났지만 별다른 결과를 입증해내지 못하고 묻혀졌는데...80년대 일본 잡지등에서 다시 성격 테스트로 부활했다. 일본의 특이한 국민성(이런말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일본의 집단행동,유행은 정말 무서울 정도다) 상 널리 퍼지게 되었고 이상한 전문가도 생기고 사회적으로 많은 폐단을 낳았다고 한다. 일본인구가 1억 3천인데 그중 1/5인 2천 5백만명을 차별하는 결과들이니 문제가 생길수 밖에 없었을테지...이런걸 우리나라 여성잡지등에서 그대로 따오게 되고 (사실 이런 류의 테스트는 막 지어내도 상관없다) 요즘은 싸이나 블로그등등에서 이리저리 관련글을 퍼가면서 더욱 퍼지게 된 듯 하다.
내가 국민학교 때 유행했던 이야기 중에 홍콩할매귀신과 입 찢어진 여자 이야기가 있었다. 이게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 다시 유행하고 있는듯 하던데 이걸 성인중에 믿는 사람은 진짜진짜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혈액형별 성격분류가 저 이야기들과 무엇이 다른가? 공통점은 뻔히 보인다. 일본에서 생겨난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나름대로 진지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
이런 말들에도 불구하고 혈액형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짜로 맞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맞는 것일까? 앞서 잠깐 얘기한 바와 같이 점장이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수법과 비슷하다. 일단 심리테스트나 혈액형테스트는 대부분 애매모호한 말들을 주로 사용하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말 또한 자주 사용한다.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중에 하나가
- 가슴속에는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행동한다-
등이다. 가슴 속에 열정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곘으며 또 열정의 기준이 무엇인지..겉으로 드러나게 행동한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인지..애매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믿고 있는 사람들은 속으로 맞아맞아를 연발하며 저런 테스트에 빠져든다.
또 이미 믿고 있는 사람들은 틀린것은 잊어버리고 맞은 것만 기억한다. 10개 문항중에 맞은 5개를 생각하며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같은 혈액형을 가지고 있는 10명중 5명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다른 5명이 틀렸다는 사실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객관적으로 증명해낼수 있을까? 요즘 보고 있는 책 중에 하나가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UFO,외계인,강신 등등을 과학적으로 반론하는 내용인데 그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직접 타이핑 하느라 힘들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엉터리 탐지의 순수 예술(241p-)
앞에서 강조했듯이, 신중하게 설계하고 통제한 실험에 의존하는 것이 열쇠이다. 우리는 단순한 명상으로부터는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다. 생각할 수 있는 첫번째 후보 설명에 만족하고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하나 있는 것은 전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여러 개를 고안해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중에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실험으로 결정해야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고전적인 이유를 제시한다.
새로운 작업을 발견하는 데는 논증으로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연의 미묘함은 논변의 미묘함보다 몇 배나 더 크기 때문이다.
대조 실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무 근거도 없이 어떤 새로운 약이 한 질병을 그 시기의 20퍼센트만큼 치료한다고 주장한다면, 피실험자들이 아는 한에서는 새로운 약물일 수 있는 모조 설탕 알약을 복용할 때, 대조 인구 역시 질병의 자발적인 완화를 그 시기의 20퍼센트만큼 경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변수들은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 배멀미를 하는 사람에게 지압 팔찌와 50밀리그램의 메클리진을 모두 준다고 가정해보자. 배멀미의 불쾌함이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것이다. 무엇 때문인가-팔찌 때문인가 알약 때문인가? 다음 번에 배멀미할 때 둘 중 하나만으로 시험해야만 해답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꺼이 배멀미를 감수할 정도로 과학에 헌신적이지 않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변수를 분리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의 지식은 번거롭게 추구할 가치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어떤 발견에 대한 희망 때문에 결과의 평가가 잠재적으로 의심스러운 상화이 되지 않도록, 실험은 '이중 맹검법(double-blind)'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약을 시험할 때, 환자의 증상이 경감되었는가를 결정하는 의사는 환자가 새로운 약을 받았는지 모르게 해야 한다. 그런 지식은 단지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증상의 완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목록과 새로운 약을 받은 사람들의 목록을 각각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비교한다. 그런 다음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를 결정한다. 또 경찰서에서 용의자 대질이나 사진 확인을 실시할 때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증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담당 경관은 누가 제1용의자인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좋은 엉터리 탐지 장비는 지식의 주장을 평가할 때 해야 할 일을 가르쳐줄뿐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가르쳐준다. 가장 일반적이고 위험한 논리와 수사학의 오류 인식에도 도움이 된다. 종교와 정치에서 좋은 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종교인과 정치가는 아주 흔하게 두 가지 모순적인 명제들을 정당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오류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여러 오류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지금 내가 말하는 것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만 살펴보자.-
+ 선결문제 요구 또는 답변해야 하는 것을 가정함(예를 들면 우리는 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서 사형 제도를 제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형이 처해질 때 폭력 범죄율은 실제로 떨어지는가? 또는 주식 시장이 어제 투자자들의 기술 조정과 매매 차액 때문에 하락했다-그러나 '조정'과 매매 차액이 원인이었다는 독립적인 증거가 있는가? 소문에 따른 이 설명으로 도대체 무엇이라도 알아낸 것이 있는가?)
+ 관찰의 선택, 유리한 상황의 열거 또는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설명한 바와 같이, 적중한 것은 계산에 넣고 빗나간 것은 잊어버리기(예를 들면, 어떤 주에서 자기 주 출신의 대통령을 자랑하지만 그 주의 연쇄 살인범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
+ 작은 수의 통계-관찰의 선택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예를 들면. "5명 중 1명은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알지만, 그 중에 중국인은 없습니다. 그럼 이만." 또는 "카드7이 연속으로 세 번 나왔다. 오늘 밤에 실패할 리가 없다").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혼동(예를 들면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보다 대학 졸업자들 중에 동성애자가 더 많다. 그러므로 교육은 사람들을 동성애자로 만든다. 또는 안데스 산맥의 지진은 천왕성의 가까운 접근과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더 가깝고 더 대규모인 목성에 대한 그런식의 어떤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천왕성이 안데스 산맥 지진의 원인이다)
종합해보면 내가 생각하는 객관적인 혈액형별 성격 테스트를 할려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어떤 테스트를 하던지 상대방의 혈액형을 몰라야 한다. 끼어맞추기식 사고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혼자서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평균 1000명 정도의 사람들을 서로 안다고 한다. 요즘이야 인터넷의 발달로 이 수가 늘어났겠지만 저 정도의 수를 알때 50명정도의 집단을 뽑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너무 친한 사람들이라면 곤란하다. 이미 혈액형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동문회 사람들이라 특정 동호회 사람들 정도로 기준을 잡아서 리스트를 작성해보자. 신뢰성이 높다고 하기에는 샘플수가 좀 적지만 어쨋든 그 사람들의 혈액형을 미리 짐작해서 써 놓은뒤 각각 혈액형을 조사해서 실제 혈액형과 비교해 보자. 평소 속으로 생각할때 처럼 틀린 사람은 버리고 맞는 사람만 살릴수 없기 때문에 금방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방법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대규모로 실험할 수 있는 방법은 또 몇가지가 더 있다. 어떤 특정 집단에서 수천명의 남녀를 소개 시켜준뒤 그 중 커플이 된 커플들에게 상대방의 혈액형이 무엇일까 맞춰보라는 것이다. 물론 서로간에 혈액형을 알려주면 안 될것이다. 그러나 이건 현실성이 상당히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가장 객관적으로 혈액형별 성격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 윤리적으로 완벽하게 문제가 되지만 어쨋든 소개해 보면 수천명의 신생아들을 혈액형별 비율에 맞게 구성하여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늘 똑같은 음식을 줘야하고 유모가 달라도 안된다. 자라난 환경의 차이는 성격 형성에 중요한 변인이 되기 때문에 이를 통제변인으로 완벽하게 통제해낼 수 있어야 한다. 과학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직 혈액형만 달라야 하는 것이다. 한살 생일때 옆에 있는 친구가 과자 2개를 먹을때 난 유모가 하나만 줘서 먹어야 했던것이 혈액형 별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적인 테스트 없이 어설픈 실험만을 반복한 MBC 실험쇼 진짜?진짜? PD 머리속에는 과연 어떤것들이 들어 있을까? 타블로이드에 돈 보태주기 싫어서 다시보기는 못 하겠고 다음에 나와 있는 기사만으로 딴지를 걸어보도록 하겠다. 우리나라 천만명의 b형중에 몇몇 만을 뽑아서 분류해낸다는 방송이 어이없긴 하지만....
다음 링크보기
+ 방송은 실제로 B형 남성이 결혼할 때 가장 문제가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보내면서
=> 결혼할 떄 트러블 생기지 않는 커플은 없다. 저런 말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을려면 각 혈액형 별로 결혼 준비를 하다 파장난 여성의 말을 인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한번씩은 부족하니 여러번씩...당연 인용 불가능하겠지?
+ B형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여성 출연자 얘기를 빌려 `이기적이다` `괴팍하다`는 이미지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 위와 비슷하다. 일단 선입견이라는게 크게 작용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커플이 상당히 자주 상대방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위의 두가지 경우는 애매모호의 극치를 보여준다. MBC에서 마음 먹고 저런 B형이 이상하다는 수백만명의 예를 보여주면 나도 B형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백만명의 예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일본인 혈액형 전문가의 "B형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솔직히 얘기한다
=> 정말 이 부분에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그런걸 만들어내는걸 하고 사람한테 맞냐고 물어보다니...아예 종말론자하고 인터뷰를 하며 진짜 지구가 멸망한다는 내용을 내보내던가..
+ ."실험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혈액형이 성격을 구분하는 재료로 다소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방송했다"고 설명했다
=> 과학이란걸 배워봤을 사람들이 저걸 실험이라 인정해줄리도 없으며 일본인 혈액형 전문가는 더더욱 말할 가치도 없다. 담당 PD이름이 백종문이던데 정말 수준이 의심스러운 인간이다. 어디서 본 리플 중에 "B형 혈액형 운운하는 사람은 자신이 최소한의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했다는 무식함을 만천하에 자랑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었는데 백종문 PD한테 똑같이 전해주고 싶다.
사실 이런 주제에 시간 길게 잡아 먹으며 글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워낙 한심한 세태라 조금 길게 써 보았다. 어렸을땐 남자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이 애교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걸 보니 어렸을땐 남자와 여자로 혈액형이 구분되다 커가며 혈액형이 변하나 보다.
우리는 분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다만 그 악령을 보며 즐기는가 악령에게 지배 당하는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제발 이성적으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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