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삼위일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영화에서 트릴로지라는 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대부 트릴로지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감상한 적은 없기에 제외하고라도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스타워즈 클래식 트릴로지(일단 프리퀄은 에피3를 보는 횟수만큼 에피1, 2를 보는 것이 인터넷 일주일 안 하는 것만큼 어려우므로 제외), 매트릭스 트릴로지(역시 2, 3는 제외-_-;; 애니 매트릭스가 더 좋다) 등등. 트릴로지라는 말은 명작을 뛰어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 같다.
스포일러 포함, 앞 부분 쓴 뒤 한참 뒤에 뒷부분 쓴거라 뒷부분 대강 씀-_-;
디파티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트릴로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물론 무간도 때문이다. 누구나 홍콩 느와르는 끝났다고 생각하던 2002년도에 접하게 된 무간도는 내게 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알리는 영화 같았다. 무간도 2는 조금 억지스러웠지만(양조위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한침 부하로 들어가나-_-) 무간도 1~3편은 9/10점은 충분히 줄만한 영화였다. 영웅본색 트릴로지는 3편(박찬욱 감독은 어찌하여 3편을 추천할까) 때문에 뛰어난 트릴로지에 낄 수 없었고 첩혈쌍웅, 첩혈속집, 첩혈가두는 이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무간도의 트릴로지의 명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이런 저런 이유들로 무간도 트릴로지는 한 마디로 최고였다. 내가 좋아하는 트릴로지들 중 유일하게 현 시대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등장하기도 하고-_-;;;;
DEPARTED
트릴로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대강 접어두고 이제 무간도와 디파티드 이야기다. 무간도 1편 만으로 이야기는 완결되지만 연장 방영 좋아하는 미국, 한국 드라마 마냥 대성공에 힘입어 2편과 3편이 바로 그 다음해 나오게 되었다. 2편은 1편 이전의 이야기, 3편은 1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는 무간도 1편을 기반으로 2편의 내용, 즉 과거의 이야기가 조금 더 첨가되었다. 사실 무간도 리메이크 소식을 들었을 때 부터 별 호감은 생기지 않았었다. 바로 스틸샷의 문제였다.
아니 왜 이리 투박한 분위기란 말인가!!! 초기에 본 사진인데 무간도의 스타일리쉬한 면을 좋아하는 내게 이 사진은 너무 거리감이 크게 느껴졌다. 내게 큰 주목을 받지 못 한 채 미국에서 개봉된 디파티드는 평론가들에게 꽤 좋은 점수를 얻었다. 예고편에서도 그다지 호감을 얻지는 못 했지만 일단 이 쯤 되니 당연히 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길 수 밖에.....
일단 무간도와 디파티드의 차이부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스타일리쉬한 홍콩의 무간도 vs 보스턴 뒷골목의 투박한 디파티드
물론 앞에서 충분한 예상을 하였겠지만 내게 있어선 무간도의 완승. 이런 것을 편애라 부르며 무간도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촌 스러운 디파티드, 디파티드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 무간도라 부르기도 한다-_-;
스콜세지 감독은 무간도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미 무간도를 본 사람들에게 디파티드와 무간도의 비교는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스토리에는 큰 차이점이 없다. 디파티드가 보스턴을 배경으로 한 만큼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계 갱들과의 싸움 등 조금 더 현실적인 면을 추가 시키기는 했지만 극장 접선, 서류 봉투, 마지막 엘리베이터 등 전체적인 소재, 줄거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나처럼 무간도의 내용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체 내용을 미리 다 예상하며 등장인물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에 더 열중하게 된다.
두 명의 주인공
영화의 주인공은 두 명 범죄자의 탈을 쓴 경찰 : 양조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경찰의 탈을 쓴 범죄자 : 유덕화, 맷 데이먼
네 배우 모두 훌륭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배우들이다. 적어도 양 쪽 모두 캐스팅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먼저 진짜 경찰, 즉 양조위와 디카프리오...디카프리오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10년 전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타이타닉을 통해 세계 최고의 미남자 호칭을 얻었을 때는 나도 다른 95%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디카프리오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는 이 남자는 로맨스물 보다는 다른 여러 영화들에 도전을 해 왔다. 또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 했던 스콜세지와의 결합으로 벌써 세번째 같은 영화를 찍게 되었다. 디파티드에서도 역시 미남자의 이미지 보다는 배우 한 명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중 스파이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양조위의 우수에 찬 눈빛이다. 전반적으로 억지로 끌려간 듯한 빌리 코스티건(디카프리오)에 비해 더 오래 잠입 생활을 해온 진영인(양조위)의 표정에 고뇌가 더 살아난다. 무간도 1편에는 진영인의 집안 내력이 드러나지 않지만 2편에서는 상세히 드러난다. 물론 2편에서 자기 형을 죽인거나 다름 없는 한침의 부하가 된다는 설정(한침이 받아준단 말인가?)이 상당히 억지스럽기는 하지만....집안 내력이 어둠 계통에서는 좋은 편이라고는 해도 경찰 학교에서 퇴학당한지 얼마 안된 인물이 단 기간에 코스텔로의 눈에 들어온다는 설정도 좀 어색해 보인다. 어쨌거나 내 눈에는 진영인은 고뇌, 코스티건은 짜증내는 것처럼 보였다-_-;
한 마디로......내가 원하는건
이런게 아니라
이런거란 이야기이다. 양조위 만세 -_-/~
그리고 유덕화와 맷 데이먼...무간도1에서 유덕화는...아니 3편까지 끝까지 살아남아 자기는 진짜 경찰,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부르짖는다.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야망을 키우는 맷 데이먼 보다는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 맷 데이먼이 죽는 장면은 스콜세지의 실수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무간도에서는 배드 엔딩이자만 다소 숙연하게 끝내는 반면 맷 데이먼이 죽을 때는 많은 관객들이 웃었다-_-; 그 놈의 비닐 신발 때문인가...느와르 영화 엔딩에서 관객들이 웃는다면 적어도 그 장면은 실패한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