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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읽고/etc

퓰리처상 사진전 : 이야기가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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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8.8 말고 8.1) 장안의 화제인 퓰리처상 사진전에 다녀 왔다. 가장 놀란건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사람 많다는거. 매그넘 사진전도 그랬고 좀 굵직한 사진전이 열리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 같다. 그만큼 사진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일려나? 표를 구입하고도 한시간 반 가량 기다려야 했는데 다행히 번호표를 따로 받아 비교적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전시장 안에서도 편하게 보기보다는 사람들에 쓸려 보는 식이었지만 다행히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도 꽤 많았는데 아무래도 잔인한 사진도 많기 때문에 아이들을 왜 데려왔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많은 사진들이 이미 본 사진들이었지만 역시 모니터 혹은 책으로 보는 사진과 프린트로 보는 사진을 비교하기는 힘들다. 퓰리처상은 단순히 잘 찍은 사진이 아닌 당시의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사진들이고 주된 소재들은 역시 2차 대전,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리카 내전, 학살, 흑인 인권 운동, 미국 대통령 등등이라고나 할까. 역사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가장 낯설었던 것들은...저렇게 치열했던 흑인 인권 운동도 30~4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구나...라는거...이렇게 보니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왜 사진이나 찍고 있냐며 기자들을 욕할 때도 있고 이런 사건의 가장 큰 예는 케빈 카터의 사진인 독수리 앞의 수단 소녀일 것이다. 사실 뭐가 답이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분명 사진이 가지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글로는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하여도 사진 한 장만 못 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리고 퓰리처상 수상작들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해낸 사진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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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은 그냥 이야기 없이 타이밍이 잘 맞은 사진



이호의 오버헤드킥 사진은 예전에 중앙일보에 실렸던 내 사진이다. 난데없이 이 사진을 넣은 이유는 오른쪽 노란 물체 때문이다. 노란색의 정체는 바로 부심으로 망원렌즈와 이호 선수 사이에 부심이 지나갔기에 어쩔 수 없이 찍혀버렸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풍경, 정물, 스튜디오 사진과는 차이가 너무나 많다. 왼쪽에 지나가는 사람이 잘리지 않았으면, 조금 더 아래에서 찍었더라면. 이런 가정들은 사치가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런 미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퓰리처상 사진들은 조금 부족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와 사건을 담고 있는 사진들이 더욱 강조되 보인다.  잠깐 더 딴 이야기를 하자면 퓰리처상 사진전에 있는 사진 중 미국대학에서 반전시위를 하는 도중 주방위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학생 옆에서 어떤 여학생이 절규하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이 처음 라이프지에 실렸을 때 약간의 조작이 있었다. 여학생 머리 위에 있는 기둥 같은게 구도상 너무나 어색했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논란이 됐고 우리가 사진전에 본 사진은 당연히 수정하지 않은 사진이다. 결국 반전 시위 중 주방위군에게 공격당한 학생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사진 앞에서 그런 구도적인 불안감은 그저 작은 문제일 뿐이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요즘은 거의 사진을 찍지 않는데 한창 사진을 찍을 무렵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사진은 이렇게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이었다. 퓰리처상 사진들만큼 거창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는 못 하더라도 뭔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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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자전거를 한 번 태워 달라고 부탁하는 듯 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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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등에 업고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어떤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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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노리고 있는 듯한 잡지 속의 감우성....


운 좋게도 신문사 사진부에서 2주 동안 실습할 기회도 있었는데 그 때 찍었던 사진들...

5년 전 급류에 휩쓸려 훈련도중 장병 4명이 사망하였고 그 영결식 때 찍은 사진들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15&aid=000082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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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저런 현장에서 사진을 찍을려니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사진기자들도 다들 별 말 없이 묵묵히 사진만 찍고...내 사진이 신문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경험 때문에 다른 잊혀져간 사건들과 달리 여전히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

영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랫 동안 잊혀져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고 이를 위해 힘 쓰는 (혹은 힘 썼던) 사람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