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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자드, 이즈미 사카이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독서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으며 영화는 아버지께서 즐겨 보셨기 때문에 덩달아 많이 보며 좋아하게 되었지만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은 96년도, 중3때 부터였다. 처음으로 구입했던 음반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정규음반이 되어버린 4집.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게 되며 다른 가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체되어 버렸다. 많은 아쉬움, 특히 그들의 전성기 때 함께 하지 못 했다는 아쉬움이 무엇보다 컸다. 서태지와 아이들 뿐 아니라 듀스, 넥스트 등 나중에 음악을 듣게 되며 좋아하게 된 아티스트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대부분의 국내 가수들은 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옛날 음악을 들으며 보내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주로 외국음악을 많이 듣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게 된 두 그룹은 너바나와 건즈 앤 로지즈. 그러나 이미 두 그룹 모두 사라졌다. 커트 코베인은 자살하였으며 건즈는 해체. 선택의 폭은 넓었졌지만 여전히 듣는 음악들은 90년대 초 음악이었다.

J-POP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고모네 집에서 발견한 싱글 앨범 한장 때문이었다. 일본에 유학 가있던 고모의 집에는 J-POP 싱글이 몇 장 있었고 호기심에 ZARD의 の愛に泳ぎ疲れても 싱글을 한 장 가져왔다. 자드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룹인지 솔로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집에 와서 저 음악을 들으며 점차 호감을 가지게 됐고 당시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자드의 다른 음반들도 구하며 부드러운 멜로디와 목소리에 빠져들게 되었다. J-POP이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이라 3~4만원에 달하는 음반 가격이 고등학생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었지만 정말 열성적으로 앨범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나우누리 자드 팬클럽에서 활동하며 한 때 시삽(정말 제대로 활동하지 못 했기에 많은 분들께 지금도 죄송하다)까지 했었다. 보컬인 이즈미 사카이는 당연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가수가 되었으며 자드의 음악을 제외하고는 주로 멜로딕 데스 메탈을 즐겨듣던 내게 일종의 안식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드의 인기도 당시에는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다른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90년대 초중반에 최절정의 인기를 끌었던 자드는 점차 잊혀져 가고 있었다. 한 때 열광적으로 좋아했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다른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며 예전처럼 열광적일 수는 없었다. 데이트 자금이 부족해 힘들게 모았던 자드 음반을 팔았을 정도였으니. 음악에 대한 관심 또한 예전보다 줄어들며 오히려 예전 음악들에 더욱 매달리게 되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요즘 나오는 음악들은 예전처럼 날 끌어 당기지 못한다. 난 여전히 90년대 초중반 음악을 듣고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많은 수가 90년 전후로 나온 영화들이었다. 스스로를 단순히 과거의 향수에 취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이 있었다. 2003년 4월 1일 장국영 자살. 영웅본색과 오우삼 감독, 그리고 여러 홍콩영화들을 좋아했던 내게 내가 동경하는 시대의 문화가 붕괴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의 장국영은 이제 더 이상 다른 영화를 통해 이어질 수 없었다. 이제 단절의 시대.

며칠전 피천득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많은 슬픔과 아쉬움이 들기는 했지만 천수를 누리신 분이기에 커다란 충격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아침 알게 된 이즈미 사카이의 죽음은 커다란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어느덧 40살이 넘은 이즈미 사카이지만 분명히 죽기에는 이른 나이다. 장국영의 죽음에 이어 또 다시 내가 좋아했던 시대가 끝나가는 것 같다. 남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룹 5개를 말해 보라고 하면 난 늘 ZARD, 서태지와 아이들, NIRVANA, GUNS N` ROSES, IN FLAMES를 말하고는 했다. 이제 IN FLAMES만 남았으며 2명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더 이상 그들이 늙어가지 않는 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가 될 뿐이다.

내가 10년 정도 일찍 태어났었으면 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의 절정기를 함께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난 그저 20th Century Boy로 남고 싶다.

한번에 타오르지 못하고 서서히 소멸해 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나이를 먹고, 잊고, 잃고, 살아간다.
- 2004년 6월 DVD 2.0 최승린 님이 쓰신 커트 코베인 관련 기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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