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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PiFan과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

2003년 7월 난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였고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으니 달리 할 것, 갈 곳이 필요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그렇게 가게 된 곳이 PiFan(부천판타스틱영화제)이였다. 사전정보도 없이 충동적으로 영화들을 예매했고 부천에서 본 영화들은 대부분 내 취향에 들어 맞았다. 그 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중 하나인 화성소년 메르카노를 비롯하여 잠깐동안이나마 다른 현실들을 잊을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었다. 심야영화를 보고 구로까지 전철을 타고 온뒤 다시 수원까지 전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일이 여러번 있었지만 재밌는 영화들을 보았기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03년과 같은 기대를 가지고 04년 피판을 다시 찾게 되었지만 초반부터 약간씩 삐끄덕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말이 많았던 예매 문제...그리고 영화 기간 내 같이 보기로 한 사람들이랑 약속이 어긋나는 일이 많았고 전년도보다 영화들이 다소 재미가 없었다. 비 때문에 고생도 했고 이런저런 불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올해 다시 피판을 찾을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피판이 삐끄덕 거린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결국 임기를 2년 남겨놓은 김홍준 집행위원장이 어이없게 해임되고 말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으로 임명되어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이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건 작년 개막식때 홍건표 시장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점.....그리고 좀 더 돈벌이 되는 영화제를 원하는거겠지. 결국 스탭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나에게 올해 피판은 없을듯해 보였다.

그런데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주축으로 피판과 같은 기간에 서울에서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가 열린다고 한다. 피판보다야 규모가 훨씬 작은 영화제가 되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올해 여름을 보낼수 있는 곳이 생겨서 다행이다.....이제 대안도 생겼으니 피판은 그냥 제대로 망했으면 좋겠다.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 웹사이트

이런 일을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정말 위에 있는 놈들이 멍청하면 곤란하다. 똑똑한 놈이 윗자리에 오르는게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정치인들에게 그런걸 바란다는건 그들보다도 한심한 생각일 것이고 아예 무관심한 놈이 윗자리에 오르는게 좋은 듯 하다. 영화의 ㅇ도 모를 것 같은 인간이 간섭하니 결국은 파행.....

관련글 : 부천 시장의 뻔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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