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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읽고/book

몬스트러몰로지스트1 - 괴물학자와 제자


얼마 전 황금가지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서평단에 선정되어 몬스트러몰로지스트 1권을 접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페이스북 황금가지 페이지에서 몬스트러몰로지스트에 대한 정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상당히 끌렸던 작품인데 '러브크래프트와 스티븐 킹의 절묘한 조합'이라는 문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러브크래프트와 스티븐 킹의 조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예상했던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지만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스티븐 킹의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결합된 소설이 아닐까?였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러브크래프트 -_-? 스티븐 킹-_-? 이지만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던 소설이었습니다.





러브크래프트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하자면 현대 공포문학의 아버지격인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들은 지금 읽어보면 조금 지루한 면이 많습니다. 단편들마다 퀄리티 차이도 좀 있고 작가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반영하듯 근원적인 공포를 다룬 소설들이 많습니다.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공포가 다가오고 있다.....'이런 느낌이죠.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이와 다르게 헐리우드 영화를 보듯 시원시원하게 전개됩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스티븐 킹 이라는 수식어도 붙지 않았을까 싶네요. 도망가는게 아니라 맞서 싸우죠.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나 전투, 체이싱 장면 등을 고려하면 댄 브라운 소설처럼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소설(런닝타임까지 맞을듯한!)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근원적인 공포를 주로 다루는 러브크래프트와는 다르게 소설 속에서 실존하는 괴물과의 싸움이지만 18세기말, 미국 동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러브크래프트가 생각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지명인 '뉴예루살렘'은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뉴잉글랜드'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몬스트러몰로지스트라는 말은 책에 '인간에게 대체로 적대적이며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특히 신화나 전설의 산물로 여겨지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 그런 존재를 사냥하는 행위'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이 내용만 봤을 때는 몬스터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또 다른 세상이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 19세기말과 큰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실제로 일어났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지나간 일. 정도로 소개되고 있죠. 4권 중 1권만 본 상태이니 다른 3권에는 어떤 괴물이 등장하는지 모르겠지만 1권에는 말로만 언급되는 몇 종류의 괴물을 제외하면 딱 한 종류의 괴물과의 싸움만 다루고 있습니다. 안트로포파기라는 괴물이죠.






미국 여행중인 친구가 찍은 사진인데 딱 위에 있는 놈 처럼 생겼습니다. 얼굴 없이 눈은 어깨쪽에 달려 있고 가슴-배에 커다란 입이 있는 괴물이죠. 몬스트러몰로지스트 1편은 안트로포파기와의 싸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체가 있는, 사냥할 수 있는 괴물과의 싸움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공포감을 낮추게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야수'를 사냥하는 내용과 가깝기도 하죠. 물론 어느 정도의 반전은 빠지지 않겠죠?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1편 부제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괴물학자와 제자죠. 괴팍한 성격의 괴물학자인 워스롭 박사와 조수인 윌 헨리의 관계는 꽤 매력적입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나름 정상에 가까운 조수의 관계는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있죠. 소설 속에서 충분히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워스롭 박사에게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다른 외부 사람들이 보는 워스롭은 미친 과학자에 가깝습니다.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조수+시종의 역할을 하고 있는 윌 헨리는 수동적이면서도 달리 의지할 곳이 없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기도 하고요. 이런 관계를 보면 떠오르는 조합은 백 투 더 퓨처 등 여러 작품이 있겠지만 전 한동안 넷플릭스에서 재미있게 봤던 릭 앤 모티가 먼저 떠오르더군요. 몬스트러몰로지스트와 다르게 혈연 관계이지만 끊임없이 조수를 무시하고 다그치는 릭과 워스롭의 모습은 겹치는게 많은 것 같습니다. 릭앤모티에서도 러브크래프트 크툴루스러운 괴물이 나오기도 하군요.



생각보다 잔인한 묘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다들 자제하는 편인데 꽤 자세히 묘사되어 있네요. 등장인물 중 한명이 잘 알려진 잔인한 사건과 연결돼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결말부의 짤막한 내용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대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흘러간 소설이지만, 쉽고 시원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4권 중 1권만 봤을 뿐이니 나머지 3권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반면 영화화 이야기도 들리지만 릭 얀시의 다른 작품인 제 5침공 영화가 아주 안 좋은 평을 받았다는걸 떠올리면 크게 기대 되지 않기는 하군요^^; 제작 단계에서 엎어지는 영화도 매우 많기 때문에 과연 나오긴 할지....


아무튼 코즈믹 호러 장르보다는 야수와 싸우고,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로울 것 같은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