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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구안와사 (안면신경마비) 한 달 반 경험담 -_-;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지난 3월초에 구안와사에 걸렸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한 달 반 가량 걸렸습니다. 제 경험과 발병 기간 중 얻은 정보들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까...해서 한 번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통상적으로 구안와사라고 하지만 검색엔진에 돌리면 구안괘사가 맞는 말이라는군요
그런데 구안괘사라 쓰는 경우는 거의 못 봤습니다-_-;;
안면신경마비라고도 하지요....

아무튼 제 경험에 대해 적어보자면....
3월 5일 목요일, 혀 끝에 약간 이상한 느낌이 생겼습니다. 이 때만 해도 그냥 뜨거운걸 마시다 혀 끝을 덴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금요일...이상하게 한쪽 눈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일이 생겼으니.....그 날 저녁때 회사 앞에서 렌즈를 하나 사기로 했는데 렌즈를 구입한 뒤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뷰파인더를 보려하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겁니다-_-; 제가 왼쪽 눈을 감은 상태에서 오른쪽 눈을 뜨지를 못하더군요. 당황한 상태에서 일단 거래를 끝마치고...회사로 돌아와 관련 증상을 검색하니 정확하게 구안와사 초기증상과 일치하더군요.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말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많이 불안불안 했습니다...불안한 마음과 함께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일어나 바로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을 떠보니 역시나 안됩니다...아직 별다른 증상은 없지만 일단 안 좋은 상황이니 병원으로 가야겠죠? 집 근처 신경외과로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 초기증상이라 하시더군요. 일단 다른 이상이 있을지 모르니 CT 촬영을 하라고 해서 하라는데로 했습니다. 그런데 CT 촬영 비용이 무지 싸졌더군요...의보 적용해서 2만원정도였던듯--a. 아무튼 촬영을 마치고 대기실에 있다가 CT 촬영실 안 쪽을 보니...제 뇌가 보이는 것 같은데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네요. 잠깐 머리속에 종양이라도 있는게 아닌가 불안했습니다-_-;....다시 진료를 받으니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안와사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는데...이 부분은 신경외과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뒤에 나올 한의원에서 들은 말, 웹에서 들은 말 들을 종합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제가 의대생은 아니니...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구안와사에 대한 주요 정보 요약

1. 구안와사 = 구안괘사 = 안면신경마비
- 앞에도 설명했지만 다 같은 말이죠

2.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주로 스트레스, 과로 등이 원인이다
-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 뒷쪽 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그 쪽 안면이 마비된다고 하는데....모든 병이 다 그렇겠지만 스트레스, 과로가 원인이라 하니 좀 뻘쭘하더군요. 1월달에는 빡세게 굴렀지만 3월달에는 상당히 느슨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으니-_-;

3. 중추성과 말초성이 있다
-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있다고 합니다. 중추성은 뇌에 이상이 생겨서 안면이 마비되는 것이고 말초성은 말초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경우라 합니다. 중추성은 뇌종양 같은 근본원인이 있으니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네요. 중추성과 말초성 신경마비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보는 겁니다. 말초성은 주름을 지을 수 없지만 중추성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4. 90% 정도는 완치되지만 10% 정도는 후유증이 남는다
- 경과에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완치가 된다고 합니다. 다만 10% 정도는 후유증이 남고, 그 중에 반은 자기만 알지만 남들은 모르는 후유증, 다시 반은 남들이 봐도 알 수 있는 후유증이 남는다고 하네요. 전 다행히 안구건조증이 조금 생겼지만 별다른 후유증은 없습니다.

5. 완치되는데 한~두 달 정도 소요된다
- 개인별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두달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제 경우에는 한달 반 정도가 걸렸고 초반 일주일 정도는 계속 악화가 되고 2주 정도 그 상태가 유지된 뒤 남은 기간동안 서서히 회복된다고 합니다. 전 일주일 정도 악화되고 별다른 유지기간 없이 2주 정도 회복한 뒤 남은 기간동안 조금씩 마비가 풀리더군요. 이게 상당히 중요한건데 악화되는 기간 동안에는...아니 전체 기간 동안 여러 치료 방법을 적용해도 딱히 정답이다- 라고 할 만한 치유법은 없다고 합니다. 가만히 놔둬도 낫기는 한다고 하네요. 다만 얼굴이 마비됐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기도 어려울 겁니다 -_-; 그런데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걸 아는 상태에서 계속 마비되고 있는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한마디로 기분이 상당히 드럽습니다-_-; 너무 초조해 하지 말고 여유롭게 가는게 좋습니다

6. 부가증상은?
- 일단 가장 주요 증상은 역시 얼굴이 마비된다는 거겠죠? 이로 인해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제 경우에는 왼쪽이 마비되었는데 오른쪽 근육에는 힘이 남아있으니 이런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입이 돌아간다고 합니다. 다행히 전 눈에 띄게 입이 돌아간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왼쪽에 힘이 없으니 물을 마시거나 양치질 같은 것을 할 때 왼쪽 입으로 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증상으로는 눈을 깜빡이기 어렵다는겁니다. 두 눈을 질끈 감으면 감기기는 하지만 오토모드로 깜빡이는게 잘 안됩니다-_-; 이로 인해 눈이 금방 피로해지고 안구건조증 같은 병도 부가적으로 생기기 쉬우니 인공눈물 같은 것을 꾸준히 넣어 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잘 때 눈을 감아도 근육에 힘이 거의 없어서 눈을 제대로 감지 못 합니다. 눈을 감아도 흰자가 보인다고 하더군요. 웬만하면 첨부사진은 안 넣을려고 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넣어 보자면..


위 사진을 보면 마비된 제 오른쪽 눈(제가 지금까지 설명한것과 반대겠죠)은 왼쪽과 달리 살짝 덮은 수준이라는걸 쉽게 확인 가능합니다-_-;

7. 어떤 치료 방법이 있을까?
- 일단 전 신경외과, 한의원(집, 회사근처 두곳) 한,양의학 양쪽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사실 뭐...일단 가면 별다른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기본 치료 방법은 얼굴에 침 같은 것을 놓고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이더군요...이런 방법으로 신경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잃지 않도록 해준다는데 악화 기간이 지난 뒤에는 침 맞는게 조금씩 더 아파졌습니다. 처음에는 얼굴에 침 맞는게 좀 불편했지만....늘 그러하듯 나중에는 바로바로 취침모드로.....가끔 잠결에 침을 건드리기도 했습니다 -_-;. 평일에는 회사 근처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주말에는 동네 한의원, 격주로는 신경외과에 갔었네요. 일단 중요한건 초기에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악화된다는건데....앞서 말한바와 같이 초조해 하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딱히 차도가 없다면 치료는 받아서 뭐하냐~라는 의견도 역시..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얼굴 마비되는데 아무 것도 안하면 불안해지고...이게 스트레스가 되겠죠. 초기에는 거울도 너무 자주 보지 마세요. 나아질것도 없는데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그리고 마비된 쪽을 손으로 자주 맛사지 해주라네요~

아래는 얼굴에 침 맞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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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로 넘어와...얼굴에 침을 놓는데 왼쪽에 놓더군요...전 그때까지 오른쪽 눈을 따로 뜨지 못하니 오른쪽이 마비된건 줄 알았었습니다.....반대더군요 ( -_-)...이 때 까지만 해도 증상이 뚜렷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이런건 한의원이 더 좋을 것 같다고...해서..한의원에 가서 또 침 맞았네요......그런데 치료 방법은 위에 쓴 것 처럼 비슷비슷. 몸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더군요...생각해보니 1~2월달에 감기 땜에 고생한게 몸에 무리를 준 것 같기도 합니다. 몸이 약해졌다고 한약 지어 먹으라는데(구안와사와는 별도로) 돈 드는게 싫어서 뺄려고 했지만...어머니께서 약을 지으라 하시고...결제는 내가 하라고.......

그리고 월요일에 회사에 가니...파트장님, 팀장님 모두 빨리 반차 쓰고 남은 화~금은 휴가 쓰고 집으로 꺼진 뒤에 푹 쉬라~고 하시니.....ㄳㄳ를 외치며 집으로 돌아와 일주일동안 쉬었습니다. 일주일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니 죽을 병 빼고 다 나을 것 같더군요-_-a...그리고 목요일 쯤이었나...? 애플 제품군 가격인상 소식을 듣고 바로 홈플러스로 달려가서 터치 16기가를 결제.....집에서 뒹굴거리며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리고 토욜쯤 되니...사수한테서 안 좋으면 더 쉬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터치, 한약 비용 카드 대금을 생각하니 이제 출근해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그저 그런 상태로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회사에 출근....후우....내가 없는 회사는 엉망이 됐겠군...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잘 돌아가고 있더군요...쳇 - _-; 집은 수원근방..회사는 광화문인지라 회사를 다니며 동네 한의원을 다닐 수는 없으니 평일에는 회사 근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젊으신 분인데 점심시간에도 진료를 하시고 저녁 8시까지 진료하시더군요. 직장인들을 위한 전략이겠죠? 아무튼.....이런 생활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당시에 가장 큰 소원은 왼쪽 눈 감고 오른쪽 눈 뜨는거였습니다. 아주 조금씩 회복이 되더군요. 입가 근육도 왼쪽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다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고.... 4월 중순쯤 되니 다 나은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혹시라도 발병한다면 너무 초조해 하지 않는게 관건이 아닐까 합니다...절대 빨리 낫지 않는 병이라는걸 염두에 두고 마음에 여유를 갖는게 중요합니다...그런데 회사에서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하니 회사 사람들이....'awful은 쿨한척 하더니 속으로 스트레스 받는 타입인가보다'라고 했다는군요...사실 그다지 스트레스 많이 받는 타입은 아닌데 저도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는 미지수.....입니다 -_-;; 그냥 먼 거리를 출퇴근하다보니 피로가 쌓인게 아닐까...라는 추측만....잠도 잘 안자고요.....이때만 해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잠 좀 자자~라고 생각했는데 다 낫고 나니 다시 예전 생활싸이클로 복귀 중입니다.... ㅡ.ㅜ..........

아무튼 누구나 하는 소리지만 이번 일로 가장 크게 느낀건 건강이 최고라는거~~~

PS. 많은 도움 주신 DVDPRIME, CLIEN 회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