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기 DAY 3-2 : Cape of Good Hope (희망봉)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으로
케이프타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를까? 제각각 차이가 있겠지만 아마 남아공에 속한 아프리카 최남단의 도시라는 것과 희망봉 정도일 것이다. 나도 케이프타운에 직접 가보기 전에는 그리 많은 것을 알지 못 했었다. 잘 못 알고 있던 사실들도 있었으며 물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가장 먼저 알게된 것은 케이프타운 속에 희망봉이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케이프타운에서 남쪽으로 한시간 반 정도 거리에 희망봉이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으로 가는 방법으로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투어를 택하는게 가장 무난할 듯 하다. 남아공 치안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대중교통(특히 버스)은 조금 위험하다 하고 희망봉 주변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은 아니다. 난 케이프타운에 아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가 아는 분을 또 다시 소개받아 상당히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었는데 짧은 케이프타운 여행 기간 동안에 많은 도움을 받아 정말 고마웠던 분이다.
나와 친구들(동행, 유학생)이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으로 가는 루트로 택한 것은 전철과 차의 조합이었다. 케이프타운에서 사이먼스 타운까지는 지하철로 갔고 위에 언급한 사이먼스 타운에 거주하는 분의 도움으로 편하게 희망봉을 구경했다.원래 이 날 일정은 케이프타운에 있는 테이블 마운틴을 등반하려 했으나 정상에 구름이 많이 껴 있어서 다음날로 미뤄지게 됐다. 전철로 사이먼스타운까지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많이 불안했었다. 전반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이고 특히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역 주변은 치안이 더욱 좋지 않았다. 그래도 역에서 기차에 탑승하는 곳이 약간은 까다롭게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됐다.
특이하게 회전식 문이었는데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상당히 붐빈다고 했다. 사이먼스 타운까지의 요금은 12란드로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 가량이다. 지금은 160란드 정도이지만 올해초 여행 갔을때는 180란드 정도로 계산이 까다로워 대강 200란드라 생각하고 계산하곤 했었다. 가끔 제대로 계산하려 할 때는 PDA에 있는 환율 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계산하고는 했는데 이걸 쓸때마다 묘한 생각이 들곤 했다. 바로 South Korea와 South Africa라 ABC 순으로 되어 있는 국가명에서 바로 붙어 있다는 점이다. 앞에 Republic of가 붙어도 마찬가지.....지구 정반대 쪽에 있는 나라들이 이렇게라도 가깝게 붙어 있다니...묘한 느낌이 들었다.
시내 어디에서든 보이는 Devil`s Peak와 구름으로 뒤덮힌 Table Mountain
티켓과 회전식 문
전철은 우리나라 국철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차이점으로는 객차간 연결통로가 없이 막혀 있었고 처음에 닫혀 있는 줄 알았던 문은 수동으로도 열리는 문이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구간은 없었고 한시간 반 정도의 구간에서 반 정도는 주거지역 반 정도는 해변을 통해 달렸는데 경치가 정말 멋졌다.
아름다운 해변을 통해 달리는 전철.....관광코스로도 유명하다 하는데 4~5분 간격으로 멈추는 해변가역들은 역마다 해수욕장과 인접해 있었다. 천천히 해수욕장 하나하나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시간 문제는 어쩔수 없는 벽이였다. 영화에 자주 보이는 우중충한 뉴욕 지하철을 떠올리며 불안하게 탔던 전철이지만 생각보다 많이 안전했다. 안전요원들이 자주 보였고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해변 주변에서는 3~4변의 안전요원들이 우루루 몰려 타기도 했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사이먼스타운까지
전철 외관과 실내
흑인들이 많기에 그래피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한산한 편인 케이프타운 도로
이런 깔끔한 색상의 집들이 좋다
곳곳에 보이는 안전요원들. 객차에 타기도 한다.
역 주변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
멀리 보이는 마을들
사이먼스타운에 도착하자 약간은 구름꼈던 날씨가 그야말로 화창하게 변해 있었다. 케이프타운에 백인들이 많이 몰렸던 이유는 지중해와 기후가 비슷했기 때문이라는데 그 중에서도 사이먼스타운은 지중해와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구역마다 빈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던 케이프타운 시내와는 달리 잘 사는 동네라는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곧 흑인들을 찾기 힘들었다는 말이기도 한데 공식적으로는 인종차별이 없어진 남아공이지만 아직 차별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주거지역이 분리되는 성향이 강하며 심지어 흑인과 백인이 이용하는 할인마트까지 차이가 난다. 흑인들은 대부분 Shoprite, 백인들은 Pick N` Pay를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전자가 더 저렴하고 질이 조금 떨어지고 후자는 반대다. 전철역에는 이곳에 살고 계시는 권영택님이 마중을 나오셨는데 이 분 집에서 한국식 점심을 먹었다. 백인과 흑인들의 틈새에서 동양인들을 쉽게 찾기 힘든 이 곳에서는 권영택님 부부만이 유일한 한국인이라 하셨다.
사이먼스 타운의 모습들
희망봉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희망봉으로 출발했다. 사이먼스 타운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며 주변이 Cape of Good Hope Nature Reserve(희망봉 자연보호구)로 지정되어 있다. 입장료는 35란드(6000원 정도)이며 민가는 없는듯 하며 자동차 전용도로가 자연보호구를 관통하고 있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희망봉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게 많았는데 먼저 희망봉이 아프리카 최남단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아프리카 최남단 지역은 이 곳에서 남동쪽으로 150km 정도 떨어진 아굴라스곶 이라는 곳이다. 이 곳은 케이프반도의 남쪽 끝인데 희망봉이 케이프반도의 최남단은 아니다. 자연보호구 내에 유명한 곳으로는 Cape of Good Hope(희망봉)와 Cape Point가 있다. 이 중 Cape Point가 최남단이며 Cape of Good Hope에 비해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또 Cape of Good Hope는 번역을 하면 희망곶이 되는데 곶은 만의 반대되는 지형으로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돌출한 지형을 뜻한다. 즉 희망봉이라 하면 연상되는 봉우리 같은건 없다.
구글어스에서 찾아본 Cape Point와 Cape of Good Hope
구글어스 프로그램은 http://earth.google.com 에서 받을수 있으며 전세계 위성사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고해상도 지원이 되지 않는 곳도 있다.
먼저 간 곳은 케이프 포인트였다. 희망봉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며 관광객을 맞이할 시설도 준비가 잘 되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등대가 있는 쪽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궤도차량도 있지만 타 보지는 못 했다. 등대는 육지 쪽에 좀 더 가까운 빨간 등대가 있고 더 멀리 흰색 등대가 하나 더 있다. 이 중 빨간 등대는 지금은 전망대로만 쓰인다고 한다. 등대 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리 가파른 길이 아니라 쉽게 올라갈 수 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키가 큰 식물들은 없다. 물론 많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제주도의 섭지코지가 떠올랐다.
전망대 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파란 바다와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 너머엔 남극이 있겠지? 언젠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절대 올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 곳까지 왔으니 남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연보호구역 답게 무척 깨끗해 보이는 풍경들이였다. 공기도 서울 공기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그런 서울도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보다는 훨씬 깨끗한 공기였지만.
역시나 아쉬운 점은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오래 있을 수 없다는 현실이다. 흔히들 한국사람들은 해외여행을 할 때 급하게 급하게 중요포인트만 보며 여행한다고 한다. 물론 천천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여행하면 좋겠지만 과연 우리에게 그런 여유가 있을까?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라면 어느 정도 시간 여유가 더 있겠지만 직장인들이 서양사람들처럼 몇달 휴가내고 여행을 다녀온다는건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결국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싶다는 욕심에 대충대충 여행이 되는게 아닐까 한다. 멋진 풍경을 뒤로 한채 Cape Point에서 희망봉(Cape of Good Hope)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케이프 포인트 주차장
기념품 가게
전망대 올라가는 길
케이프 포인트 전경
2차대전때 레이다 기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너무나 맑다...
한국사람들이 쓴 낙서도 보인다. 부끄럽다기보단 반가웠다.
세계 주요 도시의 방향과 거리. 베이징과 도쿄는 있었지만 서울은 없었다.
서울까지는 대강 14000km를 조금 더 넘어갈 듯.
전망대보다 조금 더 남쪽에 있는 Dias Point를 바라본 사진
Dias Point에서 바라본 전망대
남쪽 끝에 있는 실제 사용된다는 등대
관광객들이 많이 있던 케이프 포인트와 달리 희망봉은 한적한 느낌이였다. 다른 별다른 시설도 없이 주차할 약간의 공간 옆에 팻말이 있을 뿐이였다. 예전부터 말로만 듣던 곳에 직접 방문해 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중학교 2학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건 대항해시대2라는 게임이였다.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역, 전투 등을 하는 게임인데 희망봉은 그리 가기 쉬운 곳은 아니였다.그 당시에는 내가 희망봉에 직접 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했었다. 그런데 이 곳에 와있다. 게임에서 본, 영화에서 본, TV에서 본 그 곳들 중 얼마나 많은 곳에 가볼수 있을까? 제대로 된 해외여행의 출발점이 된 곳이 바로 케이프타운이였다. 그 중 가장 보고 싶었던 희망봉...크게 인상적인 광경은 없었지만 기나긴 여행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장소가 될 것 같다.
구글어스에서 찾아본 희망봉
원숭이(Baboon)와 타조
희망봉에서 바라본 희망봉 자연보호구
희망봉 팻말 앞에 서 있는 친구
희망봉 자연보호구 경계에 있던 Smitswinkel Bay의 마을과 구글어스에서 찾아본 같은 장소
사진에 나와 있는 건물까지 구분 가능하다
PS. 일단 올해초 여행다녀온 곳들 중 하일라이트격에 해당하는 몇 곳 여행기 먼저 올립니다-_-; 나머지 여행기들은 언제 쓸련지-_-;
주소 링크는 괜찮지만 퍼가지는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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