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사람은 늘 즐겁다. 수 많은 영화 중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으며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느긋하게 기다릴 수도 있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늘 반응이 다르지만 말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좋은 평가가 쌓이고 쌓인 감독들의 영화는 기대치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봉준호 감독 또한 이런 감독 중 한 명으로 다소 일찍 터뜨린 것처럼 느껴졌던 해외 영화제에서의 평가 또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만들었다. 너무 기대치가 커지는게 아닌가-라는 부담감도 들었지만 그래도 봉준호라면 다소 기대치가 높아져도 괜찮을 듯 싶었다. 몇 번의 시사회에 떨어지며 영화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내가 선택했던 방법은 스포일러 완전 봉쇄작전이였다 -_-
많은 기대를 했음에도 일부러 괴물 관련 글은 모두 피해 다녔기에 내가 괴물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봉감독이 어렸을 때 봤던 괴생물체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과 포스터 몇 장. 그리고 자세히 보지 않은 예고편이 전부였다. 예고편을 얼마나 제대로 안 봤었냐면 영화에서 동일한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초반 괴물에게 공격 받는 교복 입은 여자애가 배두나인줄 알고 있었다-_-;;; 포스터도 제대로 보지 않았었기에 내가 기억하는 출연진은 송강호와 배두나 뿐이었다. 변희봉, 박해일이 나오는 것도 영화보고 알았다.....물론 남자 배우들이라 금방 까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개봉한지 약 5일 뒤인 화요일 저녁에야 봤기에 그 기간 동안 아예 디피 영화게시판에 가지도 않았었다. 이쯤되면 오버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스타워즈도 반지의 제왕도 복수 3부작도 끝나 버린 내게 이 정도 오버는 필요했던 듯 하다.
그런데 정말 라스트 신이 63빌딩 옥상에서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가 합체한 뒤 괴물과 육탄전을 벌이는 도중 미국이 발사한 핵에 맞아 서울이 사라지는 내용이라는건 몰랐다!!
넘어가자-_-;;...........................
극장
일단 영화를 본 극장 이야기부터 하자면 대한극장 11관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봤는데 화질은 만족스러웠다. 일단 오프닝 크레딧이 나올 때 선예도부터 마음에 들었다. 갑자기 스타워즈 EP3를 디지털로는 한 번 밖에 보지 못 했던 것이 떠올라 슬프게 느껴지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다른 분들의 감상기를 읽으니 놓치고 본 부분이 꽤 많다고 생각해 또 다시 디지털로 한 번 더 봐야겠다. 특이한건 화면비가 1.85:1이라는건데 한강이라는 공간을 생각해 볼 때 당연히 2.35:1이라 예상했었다. 대한극장 11관 화면비가 1.85:1이기 때문에 나야 억울할 것이 없었지만 코엑스 메가박스 1관 같은 2.35:1 스크린이였다면 조금 억울했을 듯 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봉감독이 괴물의 수직적인 모습을 강조하고자 1.85:1로 촬영했다는 글이 떠올랐다.
자~이제부터 본격적인 스포일러!!
오프닝 영화는 주한미군 독극물 방류사건에서 시작한다. '괴물 영화'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괴물 영화가 환경, 원자력 폐기물 오염 등에서 생겨난 돌연변이로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아직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지만 서서히 흐려져가는 기억 속의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계속 봉테일, 봉테일 이라는 말이 떠올랐는데 이 장면 하나로 끝났으면 오호~하고 끝났을지 모르는 현실 사건의 대입, 혹은 비유들이 연이어 이어지며 우와~로 이어지고 말았다. 한 화면에 잡았다면 그 위험성을 느끼지 못 했을 포름알데히드 병이 가로로 이어지며 끝없이 보여지는 장면도 무척 인상적.
괴물 괴물, 괴물....어떻게 보면 무척 심심한 이름이다. 좀 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주었을만도 한데 그냥 일반 명사 '괴물'이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괴수 영화(?)인 Alien, Predator 등의 이름도 그 나람 사람들이 듣기에는 그냥 심심한 이름들일 것이다. 가끔 이렇게 한글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져서 나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아무튼 괴물 열풍이 지나가면 위 영어 단어들을 봤을 때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 것처럼 괴물이란 단어를 보면 영화 괴물이 먼저 생각날 듯 하다. 괴물의 형상은 망둥어, 혹은 아는분 말따라 아구찜에 다리 달린 것 같다. 에일리언의 입에 버금갈만한 멋진 입을 가지고 있는데 다소 웃기게 생기지는 않았을까라는 걱정과는 달리 다른 괴수들보다 부족함이 없는 듯 하다. 다소 크기가 작지는 않나 걱정했는데 고질라처럼 마구 헤집어 놓는 스타일이 아니며 프레데터처럼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을 수 없는 이상 이 정도 크기가 딱 좋았던 듯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였던건 괴물의 움직임. 한강 교각을 그렇게 활용할 줄은 몰랐다!! 정글에서나 가능할 법한 움직임을 한강 다리로 보여줬다.
장르 피터 잭슨의 초기작들(고무인간의 최후, 데드 얼라이브)이나 트로마 스튜디오(톡식 어벤저, 트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영화같은 B급 영화들을 매우 좋아한다. 이런 작품들의 특징은 공포라기 보다는 어이없음이 더 많다-라고 할 수 있을까? 괴물의 태생은 B급 영화에 가깝지만 영화 자체는 웰메이드 영화이며 가족, 사회, 괴수 영화가 섞여있는 듯 하다. 계속되는 비유나 비꼬기를 통해 사회를 반영했다면 전반적인 초점은 아무래도 가족에 맞춰져 있는 듯 하다. 강한 영화들을 즐겨왔던 내게는 공포 영화로서의 요소는 조금 약한 듯 하다. 물론 등급 문제도 걸려 있었겠지만 역시 난 좀 더 잔인한 쪽이 좋다 -_-;
한강 처음 한강이 나오는 장면을 바라보며 문득 조정래의 한강이 떠올랐다. 혼자 '왠 엉뚱한 상상이냐...'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볼수록 서민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아주 약간의 연관은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간적인 면에서 한강은 상당한 감동이였다. 영화에 나왔던 장소들 중 인상 깊었던 곳을 뽑으라면 셀 수 없이 댈 수 있겠지만 괴물의 한강이 기억에 남는 점은 바로 내가 아는 장소라는 점이다. 사진을 찍으며 거닐었던 한강변이 그대로 영화에 담겨진 모습을 보니 영화가 사실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감독과 관객, 괴물과 나의 거리가 줄어든 듯한 기분이랄까? 일반 가족이 쉽게 찾아낸 괴물의 아지트를 군경이 찾지 못 한다는건 지나친 비약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잘 알려진 의외의 장소를 괴물이 출몰하는 곳으로 설정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실제로 괴물이 나타난다면 한강 다리들이 폐쇄될 듯 한데 우리나라 어떻게 될려나.
등장 괴물의 등장씬은 CG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었다. 괴물의 최후를 제외하고는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교각에 꼬리로 매달려 있다가 떨어지는 첫 등장은 별달리 지적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상상했던 것과 다른 움직임을 보며 생긴 이질감일지도 모르겠다. 괴물이 한강 둔치를 덮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였는데 CG도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헤드폰을 끼고 상황 파악 못 하던 여자의 연출도 좋았고 작은 건물(컨테이너였나-_-a)에서 죽어가던 사람들의 팔도 인상적이였다. 사실 여기서 피가 좀 보이길래 오~좀 강하게 나갈려나?라고 기대했는데 문을 열자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좀 실망-_-했었다. 문을 열자 팔만 우루루 떨어지는 고어적인 장면을 기대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정말 이 놈 바보 아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괴물에게 끌려간 고아성이 그 때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배두나랑 비슷한 이미지인데 등장시간은 짧군. 신인이라 그런가?'라고 생각했었으니 말이다-_-; 괴수에게 끌려간 여자와 벼랑에서 떨어진 무협고수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렸다.
모든 장면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으니 이제 띄엄띄엄~
봉테일 봉감독의 별명인 봉테일, 영화 볼 때는 알아차리지 못 했던 너무나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었다. 영화 속에서 골뱅이 통조림을 먹는 장면을 보고, '왠 골뱅이? 아, 괴물 형상과 비슷한 골뱅이를 먹고 이긴다~!이런 생각인가 보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골뱅이 통조림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또 송강호가 졸고 있을 때 물건을 훔치려던 아이들이 나중에 나오는 서리꾼들, 이 때 '아빠~'라고 불러 송강호를 놀라게 했던 여자아이가 나중에 송강호가 손을 잘 못 잡았던 여자아이 등등. 숨겨져 있는 요소가 너무나 많다. 이래선 다시 볼 수 밖에 없잖아!
하수도(?)와 빗속 결투 병원을 탈출한 가족들이 도달한 하수도. 이런 장면에서는 생각나는 공식이 있다. 문득 소리가 들려 그 쪽을 바라보는 순간 그 쪽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시 안심하며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데~순간 확~ 이런 장면을 예상했지만 역시 이런 식으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역시 괴수영화로 출발했지만 일반적인 공식들을 따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영화 전체 중 가장 따뜻한 장면인 가족들이 아무말 없이 윤서에게 먹을걸 먹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였을려나? 그리고 가족들이 다시 발견한 괴물. 쓰러진 괴물을 향해 변희봉, 송강호가 걸어갈 때 순간 짜증이 날 뻔 했다. 또 저기서 괴물이 살아 일어나며 둘을 덮치겠지! 이런 패턴은 좀 짜증....이라 생각하는 순간, 박해일이 튀어나오며 '뭐해!확인사살!!' 수 많은 진부한 패턴에 종지부를 찍는 장면이였다. 좋아좋아~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빗속 추격. 결국 총 구하기 힘든 나라의 한계랄까. 송강호의 계산 실수로 괴물에게 당하고 마는 변희봉. 마지막 그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가족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넌 잘못한게 없다. 내 걱정 말고 너희들만 무사하거라'라는 표정과 손짓. 연기의 관록이 뭔지 보여줬다. 결국 아버지의 유해를 떠나지 못 하는 송강호도 기억에 남음
박해일 선배와 병원 이 영화를 보고 생긴 가장 큰 의문점은 바로 박해일 선배...마지막에 '화이팅'하는 것 같은 손 동작의 의미를 모르겠다. 힘내란 걸수도 있겠지만 배신이라는 행동은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_-; 병원에서 송강호의 뇌가 뚫리던.....모습은 시계태엽오렌지가 떠올랐다. 병원을 탈출할 때 갑자기 밝은 화면이 나오며 탁 트인 공간이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였는데 역시 봉감독은 의외의 전개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 곳에서 송강호가 원호대교까지 온다는건 설정 상 조금 무리였던 듯 하다.
라스트 신 괴물의 최후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무찔렀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멀리 어딘가에 있는 봉감독이 관객들을 가지고 놀았다는 느낌이랄까. 괴물을 향해 피니쉬 블로우를 날리려는 순간 손에서 떨어지고 마는 박해일의 마지막 화염병..이 때 '아~'하는 탄성이 터져나오던 극장. 화면이 전환되며 불타고 있는 조각을 통해 배두나..아니 배골라스의 화살촉이 비쳐지자 '우와~'하는 탄성으로 바뀌던 극장. 다른 사람들 글을 읽어보니 다들 마찬가지였던 듯 한데 왠지 배감독한테 놀아난 듯한 기분이다. 마지막 라스트를 대한민국 3종 세트(화염병, 양궁, 쇠파이프)라 주장하고 다녔지만 별다른 반응은 얻지 못 했다 ㅠ.ㅠ
반미와 가족 영화를 한 줄 요약하면 괴물에 대항하는 어떤 소시민적인 가족. 영화 내내 소시민과 대립될 듯한 요소인 공무원, 높으신 분 등등에 대한 비꼬기가 계속 나온다. 반미에 대한 내용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는데 역시 내 사상 상 믹구에 대한 내용은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_-; 바이러스가 없는데도 있다고 우기는 내용은 역시 이라크 미사일 사건이 떠올랐다. 마지막 장면은 현서가 살아나 원래대로 돌아갔다면 정말 헐리우드 영화와 차이가 없었을 것 같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대안을 통해 뭔가 다른 결말을 이끌어내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배두나보다는 현서를 통해 가족의 어머니를 표현한 듯.
아쉬운 점 일단 CG...괴물의 등장 장면과 마지막 불타는 장면은 확실히 아쉽게 느껴졌다. 물론 제작비의 차이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아쉬운것. 그리고 가족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이였다 해도 군경이나 공무원들이 너무 바보처럼 나오는 것도 아쉽다. 뭔가 쿨한 사람들과 괴물과의 싸움이였다면 영화가 너무 달라졌겠지?
끝으로 괴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로는 역시 한강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은 아니지만 영화를 본 다음날 성동교를 건너는데 계속 다리 아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검은 물체가 그 곳을 지나갈 듯한............마지막 부분은 귀찮아서 넘 대강대강 쓴 듯하군...이미지도 넣고 싶지만 귀찮으니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