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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읽고/movie

분노의 질주 7 : 오랜 친구와의 작별 인사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는 특별합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후속작으로 갈수록 지겹고, 재미가 없어집니다. 흥행에는 성공할지라도요.

안 좋은 방면의 대표적의 예로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들 수 있겠네요.

트랜스포머 1편에서 블랙아웃과 옵티머스 프라임 변신 장면을 볼 때 느꼈던 감동을 잊지 못 해 아직까지 보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프랜차이즈 영화들 중 꾸준히 좋은 평을 유지했던건 해리포터, 007, 마블 유니버스 영화들 정도를 들 수 있을 겁니다.

분노의 질주가 특별한 이유는 시작부터 장대했던 위에 언급한 프랜차이즈들과 다르게

시작은 그저 그랬지만 갈수록 평, 흥행이 좋아지며 7편까지 나왔다는 겁니다.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목

한국개봉명 

개봉년도 

 IMDB 지수

 썩토 지수

 미국 흥행 (USD)

 Worldwid(미국제외, USD)

 The Fast and the Furious

 분노의 질주

 2001

 6.6

 53

 1억 4453만

 6272만

 2 Fast 2 Furious

 분노의 질주2

 2003

 5.8

 36

 1억 2715만

 1억 919만

 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

 분노의 질주

: 도쿄 드리프트

 2006

 5.9

 37

 6251만

 9595만

 Fast & Furious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

 2009

 6.6

 28

 1억 5506만

 2억 81만

 Fast Five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

 2011

 7.3

 78

 2억 983만

 4억 1630만

 Furious 6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

 2013

 7.2

 68

 2억 3867만

 5억 5000만

 Furious 7

 분노의 질주

: 더 세븐

 2015

 8.1

 82

 1억 7451만 (첫주수익)

 3억 1600만 (첫주수익)

 

1편의 경우 미국 내 흥행은 성공적이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저 그런 영화였습니다.

1편이 성공했고, 1편에서 후속작에 대한 여운을 남기며 끝났으니 2편은 당연히 나와야겠죠.

그렇게 2편이 나왔지만 주인공 중 한명인 빈 디젤은 나오지 않고...흥행도, 평가도 미지근했습니다.

그리고 뜬금 없었던 문제의 3편.

갑자기 외전격인 영화가 등장하며 전작의 주인공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중요 카메오 한명을 빼고는 말이죠)

흥행 또한 좋지 않았죠....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조용히 사라질법도 한데 3년 뒤 4편이 등장합니다.

1편의 주인공들이 다시 뭉치고 남자들을 위한 영화답게 더 락, 드웨인 존슨도 합류합니다.

4편에서 프랜차이즈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며 4,5,6편은 이제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흥행 가도를 이어갑니다.

마치 EXID의 위아래 역주행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굉장히 남성 취향적인 영화라는겁니다.

깊게 생각할 것 없이 눈으로 보는 것만 즐기면 되며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로 가득차죠.

머슬카, 슈퍼카, 섹시한 여성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총질과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장면들, 그리고 의리.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지만 시대를 함께 하지 못 했던 영웅본색 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Fast & Furious 는 우리말로 번역하기 상당히 애매한데 '분노의 질주'라는 의역도 영화의 특성을 잘 살렸다고 봅니다.

 

 

 

 

이렇게 한동안 잘 나가기만 할 것 같은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에 매우 슬픈 사건이 터집니다.

주연 배우인 오코너 브라이언, 폴 워커가 7편을 촬영 중이던 2013년 12월에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 실제 빈 디젤과 폴 워커의 우정을 알 수 있어서 슬펐던 내용 ㅠ.ㅠ

 

폴 워커 개인적으로도 영화는 갈수록 잘 나가고 헤어졌던 딸과 재회해 

행복하게 살고 있던 시기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더욱 슬픈 뉴스였지요.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그 동안의 촬영분과 대역(폴 워커의 동생), CG를 활용해 영화를 완성하고 얼마전 7편이 개봉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역대 4월 개봉 영화 중 오프닝 수입 1위,

전세계적으로는 개봉 첫주 수입 역대 4위의 무시무시한 기록입니다.

도쿄 드리프트 때는 아무도 이 영화의 후속작이 이렇게 될거라고 생각 못 했겠죠.

 

 

이제 7편 이야기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폴 워커와 함께 7편은  또 하나의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3~6편을 맡았던 저스틴 린 감독이 물러나고 제임스 완 감독이 7편을 맡았다는거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임스 완의 기용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컨저링으로 2010년 이후 가장 핫 한 감독이 된 제임스 완은 블록 버스터 영화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잘 난 놈들은 뭘 해도 잘하죠.

공포영화에 특화된 감독이 아닐까 걱정 했었는데 제임스 완은 관객이 어떤걸 원하는지 아는 영리한 감독 같습니다.

분노의 질주를 보러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깊이 생각할 것 없고', '특별한 반전도 필요하지 않으며','지루하지 않으며 화려한' 영화를 기대합니다.

어설픈 블록 버스터를 보면 스케일이 큰 액션신이 이어지더라도 지루해질 수 있는데 분노의 질주 7편은 지루해질 틈이 없는 영화입니다.

 

비행기에서 도로로 낙하하는 차들, 낭떠러지에서 드리프트로 사람을 구해내고,

자동차로 옆건물에서 옆건물로 날아가는 말도 안 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황당무계한 장면의 연속이지만 그런 장면들을 보며 중력 가속도과 확률을 계산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 프랜차이즈를 보러 극장을 찾지 않았겠죠.

그냥 순간을 즐기며 보면 되는 겁니다.

그러라고 만든 영화니까요.

 

제임스 완 감독이 자신만의 색채가 담긴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과거의 향수들을 잘 살려놓았습니다

마지막 작별 장면, 사막 경주, 코로나, 참치 샌드위치 등 1편을 추억할 수 있는 소재들로 가득합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시간순서가 1 -> 2 -> 4 -> 5 -> 6 -> 3 -> 7로 이어지는데

가장 망작이었던 3편까지 연결해 놓아 다시 3편을 찾아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3편의 내용이 언급될 것이라는 건 6편의 엔딩을 통해 예상할 수 있었지만요.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정보를 잘 찾아보지 않아서 오프닝 크레딧을 보는 도중 의외의 인물들이 보이더군요.

먼저 성 강과 겔 가돗.

6편에서 사망한 주인공들이라 혹시 어떤 형태로든 다시 나오는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회상 장면으로만 등장하더군요.

영화의 주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한(성 강)의 복수인데....한은 완전히 잊혀진 것 같습니다 ㅡ.ㅜ

 

토니 자와 론다 로우지.

이름을 보는 순간 둘 다 어떤 역할로 나올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둘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했네요.

다만 론다 로우지는 적당히 중량감-_- 있는 액션이 어색하지 않았는데

토니 자 액션 스타일이 중량감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좀 촐싹 댄다는 느낌도 들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가장 거물 급인 커트 러셀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뭔가 반전이 있는 인물일 줄 알았습니다

(시나리오 수정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요즘 이런 식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전부 반전이 있는 인물이라...결국 아무 것도 없는게 반전인 인물이였습니다.

그런데 8편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사실 제이슨 스타뎀이랑 한 패였고,

커트 러셀이 제이슨 스타뎀의 탈주를 도와주며 8편이 시작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기존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패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6편 엔딩을 통해 출연을 예고한 제이슨 스타뎀(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잘 어울리죠)의 '간지'나는 등장.

제이슨 스타뎀과 드웨인 존슨의 격투.(다른 경비원들은 어딜갔는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 없는 영화죠)

잠시 한 박자 쉬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뜬금없이 아제르바이잔에서의 말도 안되지만 어쨌거나 화려한 자동차 액션.

그리고 역시 다른 곳이어도 별 문제 없었을 것 같은 아부다비로 날아갑니다.

자동차가 없어도 상관 없을 것 같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니 어쨌거나 자동차 액션 장면은 들어가야죠.

왜 그런 중요한 장치를 그까짓 차에 달아놓아 문제를 일으켰나면...이건 분노의 질주 시리즈니까요.

깊게 생각하면 뭔가 좀 이해가 안되지만 다음 차례는 공장 습격입니다.

이 장면도 좀 아쉬웠는데...사건의 개연성에 대한 실망이라기보다는 자동차가 안 나와서요.

이제 오코너 말 따라 자동차 경주보다는 총질이 더 자주 보이는 영화지만

그래도 자동차 액션이 없는 부분이 있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L.A.입니다.

다른 곳이었어도 별 상관 없는 다른 장소들과는 달리 LA는 특별한 곳이죠.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시작된 곳이니까요.

역시 LA가 난장판이 될동안 군대는 뭘 한거냐는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군이 나와서 모든걸 정리해 버리면 화려한 액션씬을 보여줄 기회가 없어지잖아요.

 

총으로 해결 하면 될걸 굳이 총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가는 빈 디젤의 모습이 안쓰럽지만

서로 총을 던져 주며 싸움을 계속하는 영웅본색2를 거의 30년 전(물론 전 한참 후에 봤습니다)에 봤었는데 이 정도 쯤이야....

 

엔딩이 다가올수록 제가 느꼈던 걱정은 오코너가 세상을 어떻게 떠날까였습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제목을 통해 슬픈 엔딩이 있다는건 알고 있었고, 미아와 전화 하며 참치 샌드위치 어쩌고 하는건 사망 플래그로 봤거든요.

사실 전화하면서 장국영처럼 딸 이름을 미리 지어주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었습니다 -_-;

 

이러한 우려와 다르게 영화 속의 폴 워커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며 끝나네요.

어떻게 보면 고전적인.....하지만 더 좋을 수 없는 분노의 질주 이전 시리즈들의 폴 워커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나갑니다.

자신의 수프라를 이끌고 토레토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자 찾아와 오코너가 던진 말

-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려고 했어?

는 빈 디젤이 폴 워커에게 했어야 하는 말이죠...

현실과 반대되는 영화의 인사가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길을 가며 ....

For Paul

 

 

어렸을 때는 해피 엔딩 보다는 배드 엔딩으로 여운을 주는 영화가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들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적어도 폴 워커는 영화 속에서 더 이상 늙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겠죠.

 

8편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네요.

제이슨 스타뎀의 모습을 보면 8편, 혹은 9편에서 나올걸 거의 확실한데 문제는 역시 폴 워커겠죠.

가족과 함께 하며 더 이상 위험한 일을 하지 않는걸로 처리할지(이 경우 미아도 같이 이탈해야겠죠.)

오코너 역을 맡은 배우를 바꿔서 이어갈지...

아니면 기존의 촬영 소스를 활용해 8편 초반부에 오코너의 사망 장면을 만들지요.

 

7편에서 굳이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으므로 3번은 아닐 것 같기는 합니다.

 

 

아무튼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다 쓰고 보니 거의 칭찬만 쓴 것 같기는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포르테 쿱을 팔고, 첫째 아들과 뱃속에 있는 둘째 딸을 위해

얼마 전 올란도를 구입한 제 모습이 영화 속 오코너 브라이언과 많이 겹쳐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와이프는 포르테 쿱은 영화에 나오는 그런 차(수프라, RX7, S2000, GT-R)가 아니었다고..착각하지 말라고 하지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