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것저것

변해가는 피맛골

처음으로 다녔던 회사의 구내 식당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사업장이나, 충청도에 있는 사업장이나  모두 공단이라 식당가에서는 멀고 보안 때문에 나갔다 왔다 하기도 귀찮아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해야했죠.

사실 경기도에 있는 사업장은 면접볼 때 밥 한 번 먹고...아..이 회사 다니면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주었지만 어쩌다 보니 입사하게 되었고...결론은 한 달 반만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들이 더 크긴 하지만 진짜 밥 맛 없다는 이유가 5% 정도는 될지도 몰라요-_-;

그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는 광화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에 다녔던 곳과는 달리 주변에 먹을만한 곳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맛집이 밀집해 있는 피맛골은 광화문-종로 라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죠.

避馬골은 이름 그대로 말을 피하는 곳으로...여러 고관들이 종로 큰 길을 이용해 행차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해 다니던 평민들이 이용했던 길이라 합니다. 종로1가~종로3가까지 이어져 있으며 평민들이 이용한 길이었던 만큼 수수한 분위기의 맛집들이 많았죠. 대학 새내기 때는 주로 왕십리나 신촌에서 놀았지만 가끔 술을 마시러 오기도 했었고...옆자리 사람들이 남기고 간 (깨끗한) 파전을 가져와 먹었던 추억도 있습니다...-_-;.........(필름 끊긴 추억도 많지만요)...그런데 이런 피맛골도 다른 여러 곳과 비슷하게 철거, 재개발 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에 있는 사진은 작년 8월 사진으로 교보빌딩 뒤, 버거킹 옆 골목이 종로1가에서 피맛골이 시작되는 곳이죠. 지금은 대부분 철거, 이전 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 로드뷰 사진도 작년 여름 사진이기 때문에 지금은 없어진 곳들이 많이 나와있네요. 위 지도에 있는 섬마을꽃낙지와 경복궁은 지금은 (아마도) 폐점하였습니다.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는데 이렇게 폐점한 곳들도 몇 군데 잇네요. 고바우는 동쪽으로 약 50미터 이전, 이조, 미진 등은 르메이에르 내부로 이동하였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재개발이 그리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속도가 붙은것 같습니다. 하루가 지날때마다 문 닫거나 이전 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위 사진처럼 얼마 전까지 밥먹었던 곳들이 허물어지고 있네요. 뭔가 추억이 사라지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큰 마찰은 없었는지 물리적 충돌은 보지 못 했습니다.
대부분의 가게는 윗 사진 뒤에 보이는 르메이에르 건물로 이전하여...요즘은 점심시간 때 뭘 먹을까 별다른 고민 없이 르메이에르로 가면 됩니다. 지하2층~지상2층 까지 그날그날 입구에서 고민해도 되죠. 가끔 두산위브나 석탄회관으로 갈 때도 있긴 하지만요. (SFC는 평범한 직딩이 가기엔 좀 비싼 곳이 많은듯 ㅡ.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철거예정인 건물에 붙어 있는 수많은 이전 안내문.....
어떻게 보면 나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재나 여러 위험에 상당히 취약해보이던 좁은 골목에서 벗어나 새로 지은 멋진 건물 안에 새롭게 자리 잡고 식당을 찾는 주변 직장인들도 편리성은 더 좋아질테니까요. 하지만 잘 차려진 뷔페의 음식이 오히려 그 분위기 때문에 동네 허름한 식당보다 맛없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 순두부나 국밥 같은 음식들은 예전 가게에서 먹는게 이상하게도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슬픈 사실은 이제 이런 곳들은 줄어들기만 하고 더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죠...